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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자기계발&심리팁

아무것도 안 할 때 뇌는 더 똑똑해진다? 기본 모드 네트워크의 비밀

by news8644 2025. 5. 8.

당신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이 있나요?
혹은 샤워 중 아무 생각 없이 거품을 문지르다가,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단번에 풀린 적은요?
이러한 순간은 게으름도 아니고, 집중력 부족도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뇌가 창의성을 회복하는 가장 본질적인 과정입니다. 현대 뇌과학은 ‘멍 때리는 시간’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이 일어나는 핵심 구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멍 때리는 뇌, 창의력을 깨운다 –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의 비밀


오늘은 이른바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이하 DMN)'라는 뇌의 독특한 상태가 창의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이 글은 단순한 명상이나 휴식 권유가 아닙니다. 뇌를 가장 인간답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본 모드 네트워크란 무엇인가 – 뇌의 배경 연산 시스템

2001년, 마커스 레이 클(Marcus Raichle) 박사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이 아무런 작업을 하지 않고 ‘휴식 상태’에 있을 때도, 특정 뇌 부위들이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뇌 회로는 후에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는 아래와 같은 뇌 영역들로 구성됩니다:

  • 내측 전전두엽 (Medial Prefrontal Cortex)
  • 후방 대상피질 (Posterior Cingulate Cortex)
  • 측두엽과 해마 (Temporal Lobes and Hippocampus)

이 네트워크는 우리가 외부 세계에 집중하지 않을 때, 자기반성, 과거 회상, 미래 상상, 공감, 상상력 등의 정신 활동을 관장합니다.
즉, 멍하게 있는 그 순간에도 뇌는 내부적으로 깊은 사고를 위한 준비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죠.

🧠 출처: Raichle, M. E. et al. (2001). A default mode of brain function. PNAS, 98(2), 676–682.

 


창의성은 조용한 뇌에서 시작된다 – DMN과 창의적 연상

창의적인 사고는 단순한 논리의 연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 지식과 감정, 경험을 엮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비선형적 사고에 가깝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 캠퍼스(UCSB)의 조너선 스쿨러(Jonathan Schooler) 박사는 ‘마음의 방황(mind-wandering)’이 창의적 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의도적으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진 실험군이 '통찰 문제(insight problem)'를 해결할 확률이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DMN은 과거 경험, 현재 감정, 상상 속의 이미지 등을 자유롭게 떠올리는 과정에서 의식적 사고보다 더 풍부한 연결성을 확보합니다.
이 과정은 일상적 사고 흐름으로는 닿기 어려운 창의적 결합을 가능하게 합니다.
바로 그 점에서, 의도적으로 '멍 때리기'는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실질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 출처: Baird, B., Smallwood, J., & Schooler, J. W. (2012). Inspired by Distraction: Mind wandering facilitates creative incubation. Psychological Science, 23(10), 1117–1122.

 


뇌의 작업 전환 – 집중에서 이완으로, 이완에서 통찰로

전두엽은 집중과 통제를 담당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전두엽만 사용하게 되면,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창의성은 오히려 억제됩니다.
의도적인 멍 때리기는 전두엽의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DMN이 주도하는 내면적 연상 모드로 전환되도록 돕습니다.
이때 뇌는 느슨하게 연결된 기억 조각들을 재구성하며, '일종의 '비의식적 브레인스토밍'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뭔가 복잡한 일을 하다 잠시 멍한 순간에 아이디어가 ‘훅’ 하고 떠오르는 거죠.

이러한 전환은 '집중 모드(Task-Positive Network)'와 DMN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균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의 뇌를 가장 생산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전략이 됩니다.

🧠 출처: Christoff, K., et al. (2009). Experience sampling during fMRI reveals default network and executive system contributions to mind wandering. PNAS, 106(21), 8719–8724.


실생활 적용 – ‘생산성’으로 위장된 과몰입을 멈추는 기술

현대인은 스스로를 계속해서 몰아붙입니다.
‘멍 때릴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쁜 하루’는 사실 뇌의 기능적 고갈을 의미합니다.
지속적인 정보 입력과 멀티태스킹은 DMN의 작동 여지를 축소시키고,
이는 결과적으로 창의적 사고의 정체를 초래합니다.

✅ 뇌과학 기반 ‘멍 때리기 루틴’ 실천법:

  1. 일과 중간 10분 정적 시간 확보 – 스마트폰 없이, 눈을 감고 가만히 있기
  2. 산책 중 일부 구간 ‘무의식 걷기’로 설정 – 이어폰 없이 풍경에만 집중
  3. 샤워 시간은 입력 차단 시간으로 활용 – 물소리 외에 아무 자극도 받지 않기
  4. 잠들기 전 ‘마음 유영 시간’ 확보 – 특정 주제 없이 생각을 흘려보내기

이런 루틴을 꾸준히 실천하면, DMN의 활성화가 증가하고 실제 문제 해결 시 창의적 아이디어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멍하게 있어야 똑똑해진다

우리는 흔히 '멍 때리기 =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과학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줍니다.
창의성은 빠르게 무언가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비워낸 공간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통찰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기본 모드 네트워크’의 자율적 작동입니다.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더 노력하지 말고 잠시 멍 때려보세요.
당신의 뇌는 그 틈을 타서, 조용히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참고자료

  • Raichle, M. E. et al. (2001). A default mode of brain function. PNAS, 98(2), 676–682.
  • Baird, B., Smallwood, J., & Schooler, J. W. (2012). Inspired by Distraction: Mind wandering facilitates creative incubation. Psychological Science, 23(10), 1117–1122.
  • Christoff, K., et al. (2009). Experience sampling during fMRI reveals default network and executive system contributions to mind wandering. PNAS, 106(21), 8719–8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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